DX/AX는 솔루션 쇼핑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경쟁·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하라

Sean, CHOAIAX / DXConsultingTechTrend이매진팩토리조성원

[질문]
DX/AX 전략은 왜 AI 솔루션 도입부터 시작하면 안 되는가?
[핵심답변]
기업의 DX(디지털 전환)와 AX(AI 전환)는 AI 도구를 많이 도입하는 활동이 아니라, 기업 성과를 좌우하는 문제와 End-to-End 프로세스를 먼저 정의하고 AI로 성장 방식(The Way We Grow), 경쟁 방식(The Way We Win), 일하는 방식(The Way We Work)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개인 업무 자동화는 유효한 출발점이지만, 팀의 Workflow와 기능 간 협업, 궁극적으로 기업 전체의 Big Problem 해결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AI 솔루션을 도입하면 기업의 성과도 좋아지는가?

요즘 기업의 DX 회의를 보고 있으면 기술 박람회장에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 같다. 지난주에는 Copilot을 담았다가 이번 주에는 RAG를 담고, 다음 주에는 에이전트를 담는다. 옆 부서가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도 뭔가 하나는 도입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잠깐 멈춰서 물어보자.

그래서 회사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직원들이 자료를 찾고, 엑셀을 정리하고, 그래프를 그리고,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 줄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업무가 빨라졌다고 회사의 성과도 좋아졌는가? 한 사람이 보고서를 세 시간 만에 쓰던 것을 삼십 분 만에 썼다고 하자. 남은 두 시간 반 동안 조직 전체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면 보고서가 하나 더 생기는가?

AI 시대의 DX와 AX는 최신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를 자랑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AI를 어디에 붙여야 성과가 달라지는지를 정하는 일이다.

AI로 먹고사는 회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에게 AI는 제품이고, 서비스이고, 존재 이유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게 AI는 존재 이유가 아니다. 식품회사, 자동차회사, 금융회사, 화학회사, 유통회사에게 AI는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그래서 DX와 AX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DX/AX는 Better, Faster, Cheaper를 위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방식, 경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조금 더 나누어 말하면 이렇다.

첫째, DX/AX는 The Way We Grow다. 우리가 성장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기존 시장 안에서 조금 더 열심히 파는 정도가 아니다. AI와 함께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 새로운 가치제안을 상상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New Box를 만드는 일이다. 상자 안에서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라, 상자 자체를 새로 그리는 일이다.

둘째, DX/AX는 The Way We Win이다. 우리가 경쟁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같은 경기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뛰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고객을 다르게 이해하고, 경쟁의 기준을 다르게 만들고, 때로는 기존 경쟁자의 계산법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이것이 Out of Box다. 상자 밖으로 나간다는 말은 멋진 구호가 아니다. 기존 경쟁규칙을 의심한다는 뜻이다.

셋째, DX/AX는 The Way We Work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회의록을 빨리 쓰고, 보고서를 예쁘게 만들고, 메일을 부드럽게 고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와 함께 프로세스를 다시 보고, 역할을 다시 나누고, 의사결정의 흐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In Box다. 상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바꾸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많은 기업은 The Way We Work에서 시작한다.
당연하다. 가장 눈에 잘 보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반복업무에 지쳐 있고, 보고서는 많고, 회의는 길고, 시스템은 복잡하다.
AI를 붙이면 당장 좋아질 일이 많다.

하지만 DX/AX가 The Way We Work에만 머무르면, 회사는 조금 더 빠르게 똑같은 일을 하게 된다.
Faster는 되었는데 Better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Cheaper는 되었는데 Grow와 Win으로 이어졌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 회사의 DX/AX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서 멈추고 있는가,
아니면 성장하는 방식과 경쟁하는 방식까지 다시 설계하고 있는가?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DX는 이상해진다. 디지털 전환을 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한다.
마치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복만 계속 사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복은 늘어나는데 체력은 그대로다.

그래서 DX 전략을 세울 때는 먼저 기술이 아니라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생각의 힘과 기술의 힘이 만날 때 시작된다.

여기서 생각의 힘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프로세스 중심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변동을 읽는 사고다.
이 장에서는 먼저 프로세스 중심 사고부터 살펴보자.
기업의 성과는 결국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과는 왜 부서가 아니라 End-to-End 프로세스에서 만들어지는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지 않았다. 왜일까?

가격이 비쌌을 수 있다.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주문은 했는데 배송이 늦었을 수도 있다. 제품은 괜찮았지만 문의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객은 구매 부서의 KPI를 사지 않는다. 생산 부서의 수율을 따로 경험하지도 않는다. 물류 부서의 출고율을 따로 맛보지도 않는다. 고객이 경험하는 것은 여러 부서의 일이 흘러간 결과다.

제품개발이 시작되고, 원료가 구매되고, 제품이 만들어지고, 품질이 확인되고, 재고가 준비되고, 주문이 처리되고, 배송이 이루어진다. 그 모든 흐름이 마지막에 고객의 경험 하나로 나타난다.

따라서 제품이 비싸서 선택받지 못했다면 가격표만 볼 일이 아니다. 제품개발과 구매와 생산이 연결되는 전체 프로세스를 봐야 한다. 품질이 나빠서 선택받지 못했다면 품질 부서만 탓할 일이 아니다. 설계, 원료, 생산조건, 검사, 출하 과정 전체를 봐야 한다. AS가 나빠서 고객이 떠났다면 상담원 교육만 할 일이 아니다. 제품설계부터 서비스 접점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성과는 부서의 소유물이 아니다.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 기술은 프로세스 전체가 아니라 책상 위의 작은 일에 붙는다. 송장을 자동으로 만들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메일을 대신 쓰고, 보고서의 문장을 다듬는다. 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 바뀌지 않는다.

프로세스의 한 조각을 빠르게 만드는 것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전체 흐름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AI 도입 전에 End-to-End 프로세스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

과거에도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많았다. 낭비를 줄이고, 대기시간을 줄이고, 오류를 줄이고, 일을 표준화했다. 이런 노력은 지금도 중요하다. 다만 AI 시대에는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더해졌다.

예전에는 프로세스 전체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고 분석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구매 데이터는 구매 시스템에 있고, 생산 데이터는 생산 시스템에 있고, 고객 불만은 별도의 파일이나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었다. 각각의 데이터를 연결하려고 하면 담당자들이 회의부터 해야 했다. 회의가 끝나면 또 다른 회의를 잡아야 했다.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사일로에 갇혀 있으면 AI도 사일로 안에서만 똑똑하다. 구매 데이터만 읽은 AI는 생산계획을 모른다. 생산 데이터만 읽은 AI는 고객의 불만을 모른다. 고객 데이터만 읽은 AI는 원료의 납기와 재고의 제약을 모른다.

AI에게 똑똑해지라고 말하기 전에, 무엇과 무엇을 연결해 읽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래서 DX의 출발점은 End-to-End Process를 그려보는 일이다. 고객의 주문에서 시작해 원료 조달, 생산, 품질, 재고, 배송, 사용과 불만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는 것이다. 모든 프로세스를 한 번에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면 금방 지친다. 처음에는 성과를 좌우하는 한두 개의 핵심 프로세스부터 시작하면 된다.

글로벌 기업들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디지털화하지 않았다. 어떤 회사는 주문관리와 구매대금 결제에 집중했고, 어떤 회사는 공급망에 집중했다. 또 어떤 회사는 고객서비스, 주문이행, 미수금 관리처럼 자기 성과를 좌우하는 프로세스를 먼저 골랐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솔루션을 샀느냐가 아니다.

우리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한 뒤에야 디지털 기술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기업 AX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핵심 프로세스 하나부터

프로세스 중심으로 일하지 않던 기업이 처음부터 전사의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거대한 프로세스 맵을 만들고,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회의실 벽에 포스트잇을 붙일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포스트잇의 색깔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End-to-End를 보라는 말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고르라는 뜻이다.

핵심 프로세스 하나를 골라보자. 주문이 자주 늦어지고 고객 불만이 집중되는 프로세스일 수도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부서 간 충돌이 반복되는 프로세스일 수도 있다. 데이터는 많이 쌓여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프로세스일 수도 있다.

그 프로세스를 고객의 관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본다. 어디서 대기하는가? 어디서 재작업이 생기는가? 어떤 정보가 끊기는가?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경험으로 판단하는가? 그리고 어떤 판단을 AI가 예측, 분류, 추천할 수 있는가?

작은 프로세스 하나를 제대로 바꾸면 조직은 디지털 전환의 맛을 본다. 그 맛을 본 조직은 다음 프로세스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전사를 외치면, 전사라는 단어만 커지고 실행은 작아진다.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에 같은 AX 전략을 적용해도 되는가?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DX와 AX의 강도를 달리하는 일이다.

모든 사업을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하려는 기업이 있다. 주력사업에도 같은 방식, 성장사업에도 같은 방식, 신사업에도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사업마다 경쟁의 규칙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다르다.

먼저 주력사업을 보자. 주력사업은 회사를 먹여 살리는 사업이다. 매출도 크고, 고객도 많고, 내부의 노하우도 깊다. 동시에 실패했을 때의 비용도 크다. 이 사업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때는 급진적으로 사업의 존재 이유를 바꾸기보다, 고객에게 더 잘 대응하고 내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주력사업의 주문예측을 개선하고, 재고를 줄이고, 품질 이상을 빨리 감지하고, 고객 문의에 더 빠르게 답하는 일이다.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을 꾸준히 지켜주는 변화다.

디지털 전환 자체가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반면 성장사업이나 신사업, 혹은 시장 지배력이 약한 사업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강한 경쟁자가 있고, 기존 방식으로는 주력사업으로 키우기 어려운 사업이라면 기술을 조금 개선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고객가치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HMR 사업에 후발주자로 진입했다고 하자. 기존 사업자와 똑같이 메뉴 하나 더 만들고, 포장 하나 더 바꾸는 것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기존 HMR 사업자가 생각하지 못한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한다. 고객의 식사 준비, 구매, 보관, 조리, 건강관리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그 과정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붙여야 한다.

커피사업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을 커피사업처럼 하면 곤란하다. 커피와 전혀 다른 전장에서 커피의 규칙으로 싸우면, 경험은 자산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사업, 시장 지배력이 약한 사업, 신사업에서는 DX와 AX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주력사업에서는 방어와 효율의 무기이고, 성장사업에서는 전장의 규칙을 바꾸는 무기다.

AX 혁신은 운영 효율에서 비즈니스모델 혁신으로 확장된다

디지털 전환은 혁신을 위한 방법이다. 혁신은 대략 세 층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아래에는 운영 혁신이 있다. 일을 더 빨리 하고, 오류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는 혁신이다. 그 위에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이 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비즈니스모델 혁신이 있다.

무엇을 팔 것인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팔 것인가를 묻는 단계다. 고객은 무엇에 돈을 내는가? 우리가 돈을 버는 방식은 왜 지금과 같아야 하는가? 제품을 파는 대신 결과를 팔 수는 없는가? 일회성 거래를 관계로 바꿀 수는 없는가?

디지털 기술은 아래 단계의 효율화에도 유용하지만, 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운영 효율은 경쟁사가 금방 따라올 수 있다. 제품도 기술이 범용화되면 차이가 짧아진다. 한 번 만든 경쟁우위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 초경쟁 시대에는 새로운 경쟁우위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DX를 운영 자동화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작은 자동화에서 시작하되, 제품과 서비스의 방식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모델을 다시 설계하는 데까지 올라가야 한다.

물론 모든 기업이 처음부터 비즈니스모델을 바꿀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느 층위의 문제를 풀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팩스를 자동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지, 구매 기능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인지,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을 다시 물어야 하는 시점인지 구분해야 한다.

과거에 해결하기 어려웠던 기업 문제를 AI 문제로 전환하는 방법

세 번째 전략 방향은 조직에서 가장 취약한 기능을 AI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SCM, CRM, 수요예측, 고객분류, 공급업체 평가 같은 기능은 오랫동안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중요하다는 말과 실제로 잘하는 것은 달랐다.

왜 못했을까?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이 직접 분석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측해야 할 대상이 너무 자주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언젠가는 해야지”라는 말을 몇 년 동안 반복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AI가 풀 수 있는 문제로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고객을 잘 모르겠다”는 말은 너무 크다. 하지만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고,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분류하고, 다음에 필요로 할 상품을 추천하는 문제로 바꾸면 AI가 다룰 수 있다.

“수요예측이 어렵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판매 이력, 프로모션, 날씨, 채널, 재고, 외부환경 데이터를 연결해 특정 상품의 수요를 예측하는 문제로 바꾸면 된다.

“공급망이 불안하다”는 말은 납기 지연 가능성을 예측하고, 원료 가격 변동을 감지하고, 공급업체의 이상 징후를 분류하는 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

AI는 애매한 구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가 구체적일수록 힘을 발휘한다.

CRM을 고도화한다는 말보다, 어떤 고객을 먼저 붙잡아야 하는지 예측한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 SCM을 혁신한다는 말보다, 어느 공급업체의 납기 지연 가능성이 높고 어떤 재고가 위험한지 조기에 감지한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

DX/AX 전략의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조직에서 과거에는 풀지 못했지만, 이제 AI 문제로 바꾸면 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AX 조직문화: Learning보다 Unlearning이 먼저인 이유

그런데 기술을 붙인다고 사람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려면 먼저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변화가 쉬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과거에 많이 성공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기술 앞에서 더 오래 망설일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은 큰 자산이지만, 낡은 지식까지 끝까지 들고 있으면 새로운 지식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AI 르네상스 시대에는 Learning만으로 부족하다. Unlearning이 먼저다.

과거 르네상스는 단순히 그림을 더 잘 그리게 된 시대가 아니었다. 세계를 보는 중심 자체가 바뀐 시대였다.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이동했고, 그 변화가 새로운 예술과 과학과 사고를 폭발시켰다.

AI 르네상스도 비슷하다. 인간이 모든 것을 직접 조사하고, 정리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던 구조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예전의 업무 정의와 역할 구분이 그대로 통할 리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먼저 낡은 확신을 버려야 한다.

Know-it-all에서 Learn-it-all로 가자는 말은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보다 먼저 Unlearn-it-all에 가까운 태도가 필요하다. 많이 아는 사람이 계속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자신이 알던 방식을 폐기할 수 있는 사람이 빨리 배운다.

“그동안 이렇게 해왔는데요?”

이 말은 경험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변화의 입구를 막는 문장일 수도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대단한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이 작은 실험을 해도 바로 혼내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방법으로 일한 직원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라고 말하는 순간, 조직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큰 변화는 대개 작은 허용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다르게 쓰고, 익숙한 장소와 방식에서 잠시 벗어나보는 일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실험을 허용하고, 실패에서 학습하고, 그 학습을 다음 시도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 AX 로드맵: 개인 업무 자동화에서 Big Problem 해결까지

그렇다면 DX와 AX는 실제로 어떤 순서로 실행해야 할까?

처음부터 “전사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면 직원들은 곤란해진다. 전사 문제를 풀기 전에, 내 책상 위의 팩스부터 없애달라고 할 것이다. 이상한 반응이 아니다. 사람은 거대한 문제보다 당장 눈앞의 불편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행은 작은 질문에서 시작하되, 질문의 크기를 단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How can AI improve my work?

자료를 찾고, 엑셀을 정리하고, 그래프를 만들고, 보고서를 쓰는 일을 AI와 함께 해본다. 이것이 Task Automation이다. 개인의 책상 위 업무를 자동화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내 업무가 편해졌다고 조직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I가 내 보고서를 빨리 만들어주었는데, 그 보고서를 읽는 회의가 그대로라면 조직은 더 빨리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How can AI redesign our team work?

이제 개인이 아니라 팀의 일하는 방식을 다시 본다. 구매팀이라면 가격 동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견적 비교, 공급업체 평가, 계약 검토, 발주량 판단, 구매 실적 분석을 연결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따로 하던 일을 하나의 Workflow로 다시 설계한다.

이것이 Workflow Transformation이다.

세 번째 질문은 더 커진다.

How can AI connect work across teams?

구매에서 원료를 잘못 판단하면 생산에서 불량이 날 수 있다. 생산계획이 바뀌면 물류비와 재고가 달라진다. 영업 프로모션이 바뀌면 생산과 품질과 공급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팀과 팀 사이에 숨어 있는 문제를 연결하는 단계다.

네 번째 질문은 기능 전체를 향한다.

How can AI transform an entire business function?

구매 기능 전체를 다시 설계한다고 해보자. 구매 담당자가 매번 공급업체를 찾아보고 엑셀을 비교하는 구조가 아니라, AI가 원자재 가격, 공급업체 품질, 납기, 환율, 생산계획, 재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구매전략을 제안하는 구조다.

이 단계부터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무엇을 하고 AI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나누는 일이다.

마지막 질문은 회사 전체를 향한다.

How can AI redesign how the company operates?

우리 회사의 제조원가를 10퍼센트 낮출 수 있는가? 신제품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는가? 공급망의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것은 한 사람의 책상 위에 답이 없다. 한 팀의 업무만 바꿔서도 안 된다. 구매, 생산, 연구소, 영업, 물류가 연결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이것이 Enterprise Transformation이고, 우리가 말하는 Big Problem이다.

AI 적용 범위가 커지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질문의 크기가 커져야 한다.

DX/AX 전략의 마지막 질문: 어떤 Big Problem을 해결할 것인가?

처음부터 큰 문제를 풀자고 하면 사람들은 작아진다. “일단 팩스만 자동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Task Automation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일을 최종 목적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내 책상에서 시작해 팀의 Workflow로 이동하고, 팀과 팀을 연결하고, 기능 전체를 다시 설계한 뒤, 회사의 Big Problem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 단계들을 거치며 인간의 역할도 달라진다. 사람이 직접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은 줄어든다. 대신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고, 어떤 데이터를 믿을지 판단하고, AI의 제안을 현실의 책임 있는 결정으로 바꾸는 일이 중요해진다.

AI 시대의 리더는 AI 사용법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이 더 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DX/AX를 위해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다. 조직의 문제를 풀기 위해 DX/AX를 하는 것이다.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이 기술은 누구의 일을 편하게 하는가?

그 편리함은 팀의 흐름을 바꾸는가?

그 흐름의 변화는 고객가치와 이익으로 이어지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기술은 우리 회사가 오랫동안 미뤄온 Big Problem을 풀 수 있게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직 DX 전략이 아니다. 솔루션 목록일 뿐이다.

AI 시대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을 많이 사는 일이 아니다.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를 더 크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개인의 업무를 자동화하라.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마라.

팀의 흐름을 바꾸고, 기능을 다시 설계하고, 마침내 회사 전체의 큰 문제를 풀어라.

그때 비로소 DX는 AX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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