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데이터를 보는 관점에 대해 1 [A New Way to See Data in the Age of AI]

Sean, CHOAIAX / DXConsultingTechTrend이매진팩토리조성원이매진팩토리조성원

1장. 만들면 팔리던 시대의 경쟁력은 Operation Excellence였다

한때 기업에는 참 편한 믿음이 있었다.

만들면 팔린다는 믿음이다.(공급부족시대였으니까)

지금처럼 공급과잉시대에 이 말을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요즘은 만들어도 안 팔리는 게 더 많다. 신제품을 내도 조용하고, 프로모션을 해도 반응이 없고, 광고를 해도 고객은 옆 브랜드로 가버린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창고에 쌓이는 일도 많다. 참 억울하다. 만들었는데 안 팔리다니. 예전 어른들이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하던 시대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시장에는 물건이 부족했고, 고객은 기다렸고, 기업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경제학에서는 세이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공급이 부족하던 산업화 시대의 공장에는 이 말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핵심은 하나였다.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느냐.

그때 기업의 진짜 질문은 시장에 있지 않았다. 공장에 있었다. 설비가 멈추지 않는가. 불량은 줄어드는가. 납기는 맞출 수 있는가. 원료는 제때 들어오는가. 물류는 막히지 않는가. 현장은 안정적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회사가 강한 회사였다.

그래서 그 시대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Operation Excellence가 되었다.

말은 좀 멋있다. 그러나 현장에 내려오면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다. 더 빨리 만들고, 덜 버리고, 덜 멈추고, 더 정확히 보내는 능력이다. 생산성, 품질, 원가, 납기. 이 네 단어가 회사의 운명을 꽤 오랫동안 지배했다. 회의실에서는 전략을 말했지만, 실제 승부는 공장에서 났다.

나는 이런 시대를 오래 보아왔다.

회사 이름은 달랐다. 업종도 달랐다. 식품, 제약, 화장품, 전자, 소재, 물류, 병원까지 참 여러 곳을 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 회의실의 공기는 비슷했다. 누군가는 불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재고가 너무 많다고 했고, 누군가는 생산계획이 매번 틀어진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원료가 제때 안 들어와서 현장이 난리라고 했다.

문제의 모양은 달랐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은 비슷했다.

어디서 새고 있는가.

무엇이 반복되는가.

언제 문제가 커지는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다시 나타나는가.

이 지점이 중요하다. 개선을 하려면 먼저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잘 보지 못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익숙한 방식으로 보고, 자기 부서에 유리한 쪽으로 본다. 영업은 시장 탓을 하고, 생산은 영업의 갑작스러운 주문 변경을 탓하고, 구매는 원료 단가와 납기를 탓하고, 품질은 기준을 지키지 않는 현장을 탓한다.

다들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

부분적으로는 다 맞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맞는 말들이 모이면 전체적으로 틀린 판단이 되기도 한다. 기업의 문제는 대개 그렇게 숨어 있다. 누구 하나가 완전히 틀려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맞는 말만 하다가 전체의 문제가 안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데이터는 사람을 갑자기 똑똑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회의실의 정치도 한순간에 없애주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해준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현실에 다시 묶어준다. 감으로 말하던 것을 숫자로 보게 하고, 기억으로 우기던 것을 기록으로 확인하게 한다. “항상 그래요”라는 말을 “정말 항상 그런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변화가 무섭다.

나는 강의할 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야기를 자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그만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데이터로 문제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만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854년 크림전쟁 때 나이팅게일은 터키 스쿠타리의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갔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나이팅게일은 등불을 들고 병사들을 돌보는 천사 같은 모습이다. 좋다. 그것도 맞다. 그런데 그 이미지만으로 나이팅게일을 이해하면 절반도 못 본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죽었는가. 왜 죽었는가. 전장에서 입은 부상 때문인가. 병원 안에서 감염된 질병 때문인가. 언제 사망자가 늘었는가. 무엇을 바꾸었을 때 사망률이 줄었는가. 그녀는 이런 것들을 집요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표와 그래프로 만들었다.

그러자 이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병사들은 전쟁터에서만 죽고 있지 않았다. 치료받으러 온 병원 안에서 더 많이 죽고 있었다. 총탄보다 더러운 병실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부상보다 감염이 더 치명적이었다. 적군보다 비위생적인 시스템이 더 많은 병사를 죽이고 있었다.

이건 간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스템의 문제였다.

나이팅게일이 위대한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다. 물론 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착한 마음만으로 병원은 바뀌지 않는다. 그녀는 문제를 보았고, 원인을 구분했고, 데이터를 근거로 개선을 밀어붙였다. 병원을 청소하고, 세탁을 개선하고, 환기와 위생을 바꾸었다.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움직였다.

여기서 데이터의 오래된 본질이 나온다.

데이터는 장식이 아니다.

데이터는 문제를 보기 위한 눈이다.

몇 년 전 국내 대형 병원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병원 안에는 엄청난 데이터가 있었다. 전자의무기록, 처방 기록, 검사 결과, 입원과 퇴원, 진료 경과, 수술 정보, 환자의 이동.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그 데이터를 보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의료 빅데이터의 아주 먼 출발점 한쪽에는 나이팅게일이 있었겠구나.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렇다.

의료 빅데이터의 오래된 조상은 나이팅게일이다.

165년 전에도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았다. 원인을 나누었다. 표로 정리했다.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실제 행동을 바꾸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센서는 더 많아졌고, 시스템은 더 좋아졌고, 클라우드는 더 싸졌고, AI까지 생겼다. 그런데 정말 문제를 더 잘 보고 있는가.

참 이상한 일이다.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던 시대에는 데이터를 붙잡고 문제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얻기 쉬워진 시대에는 오히려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문제를 못 보는 일이 생긴다. 대시보드는 늘었는데 판단은 흐려진다. 리포트는 많아졌는데 행동은 늦어진다. 회의 자료는 두꺼워졌는데 결정은 다음 회의로 넘어간다.

자료는 있는데 시선이 없다.

이게 문제다.

공급 부족 시대의 데이터는 주로 Operation을 개선하기 위한 데이터였다. 수율을 올리고, 불량을 줄이고, 원가를 낮추고, 납기를 맞추기 위한 데이터였다. 그 시대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했다. 더 잘 만들면 이겼다. 더 싸게 만들면 이겼다. 더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이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잘 만드는 회사가 너무 많다. 품질 좋은 제품도 많고, 가격 괜찮은 제품도 많고, 배송 빠른 회사도 많다.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업이 내부 효율을 자랑하는 동안 고객은 이미 다른 선택지를 보고 있다. 과거의 Operation Excellence가 쓸모없어졌다는 말이 아니다.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는 말이다.

이제 질문이 바뀌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고객은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고객 가치와 정말 연결되어 있는가.

AI 시대의 데이터는 여기서 의미가 달라진다. 과거의 데이터가 주로 현장을 개선하는 도구였다면, 지금의 데이터는 기업이 자기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공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봐야 한다. 부서별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의 흐름을 봐야 한다. 어제의 문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봐야 한다.

많은 기업이 AI를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장면이 많다. AI로 회의록을 정리한다. 메일을 쓴다. 보고서를 요약한다. 물론 필요하다. 나도 쓴다. 안 쓸 이유가 없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는 것이다. 회의록을 빨리 정리한다고 회사가 갑자기 혁신되지는 않는다. 보고서를 예쁘게 요약한다고 고객이 감동하지도 않는다.

AI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AI로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1부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더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다. AI 시대라고 해서 데이터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AI는 데이터 없이 현실을 볼 수 없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AI도 흩어진 현실만 본다. 질문이 없으면 AI도 그럴듯한 말만 한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개선하려면 먼저 보아야 한다.

그런데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눈앞에 있어도 못 볼 수 있다. 숫자가 있어도 못 읽을 수 있다. 그래프가 있어도 엉뚱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분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이 자기 문제를 다시 보는 훈련이다.

Operation Excellence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통해 공장을 보았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통해 기업 전체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까지 보아야 한다.

데이터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제대로 보면 미래의 질문이 된다. AI는 그 질문의 범위를 넓혀준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원인, 놓치고 있던 패턴, 부서 사이에 숨어 있던 관계, 고객 행동의 미묘한 변화까지 다시 보게 만든다.

그러니 데이터는 더 이상 엑셀 파일 안에 갇혀 있는 숫자가 아니다.

데이터는 기업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AI 시대의 혁신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1장. AI시대, 데이터분석의 종말은 오는가? 읽어보기
https://imaginefactory.ai/articles/ai%EC%8B%9C%EB%8C%80-%EB%8D%B0%EC%9D%B4%ED%84%B0%EB%B6%84%EC%84%9D%EC%9D%98-%EC%A2%85%EB%A7%90%EC%9D%80-%EC%98%A4%EB%8A%94%EA%B0%80-is-the-end-of-data-analytics-n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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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

    데이터의 활용과 그 평가에 관한 좋은 아티클이네요. 계속 좋은 글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