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와 렌치사용법부터 가르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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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문제를 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다섯 아들을 기존 학교에서 빼내 직접 학교를 만든 이유

​우리는 왜 항상 도구부터 배우려고 할까?

ChatGPT가 등장하면 프롬프트를 배우고, AI Agent가 등장하면 Agent 만드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AI 도구가 나오면 또 그 도구를 배우러 갑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웠는데, 정작 자신의 업무에 돌아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 문득, 일론 머스크가 만들었던 학교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 일론 머스크는 왜 직접 학교를 만들었을까?

2014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다섯 아들을 기존 학교에서 빼내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Ad Astra(애드 아스트라).

라틴어로 '별을 향하여(To the Stars)'라는 뜻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사람이 만든 학교라면 무언가 엄청난 기술을 가르칠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코딩부터 가르치고, 로봇을 만들게 하고, 로켓의 원리를 배우게 하는 학교 말이죠.

그런데 조금 달랐습니다.

이 학교에는 전통적인 학년 구분이 없었고, 학생들의 개별적인 능력과 관심에 따라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인 성적표 중심의 평가도 지양했습니다.

머스크는 2015년 인터뷰에서 기존 교육이 마치 공장의 조립라인처럼 모든 아이를 같은 학년, 같은 속도로 가르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교육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Teach to the problem, not to the tools."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중심으로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2. 드라이버 사용법부터 가르치지 말고, 엔진을 먼저 주어라.

머스크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설명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예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동차 엔진의 구조를 가르친다고 생각해 봅시다.

기존 방식이라면 먼저 드라이버 사용법을 가르칩니다.

그다음에는 렌치 사용법을 가르치고, 각종 공구의 명칭과 사용법을 설명하겠죠.

한참을 배우고 나서야 엔진을 분해해 봅니다.

그런데 머스크는 순서를 바꾸자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 앞에 엔진을 하나 가져다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자, 이 엔진을 한번 분해해 볼까?"

아이들은 엔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나사를 발견합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그때 드라이버가 등장합니다.

또 다른 부품을 분리하려니 이번에는 렌치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구의 필요성과 사용법을 배우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드라이버를 배우기 위해 엔진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을 분해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배우는 것이니까요.

배우는 순서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이야기가 지금의 AI 교육에도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3. 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드라이버 사용법부터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기업에서 AI 교육을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죠.

첫날은 ChatGPT 사용법.

둘째 날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셋째 날은 데이터 분석 AI.

넷째 날은 AI Agent 만들기.

교육과정은 제법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고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여러분은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까?"

의외로 답변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이렇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우리 회사는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매출과 원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수도 있고, 제품별 수익성을 살펴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 수율이나 재고손실이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러다 보면 Excel이 필요할 수도 있고, Python이나 통계분석이 필요할 수도 있고, AI Agent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복잡한 AI 기술 없이 업무 프로세스만 바꿔도 해결될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먼저이고, 기술은 그다음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과 문제해결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떤 분석기법을 사용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아내기 위해 분석하는가?"입니다.

AI 시대라고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4. 정답이 없는 문제를 가르치는 학교

Ad Astra의 교육방식 중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Conundrum(커넌드럼)이라고 불리는,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소개된 사례 중에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작은 마을에 커다란 공장이 하나 있습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 공장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마을의 호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공장을 폐쇄하면 환경은 보호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반대로 공장을 계속 가동하면 주민들의 생계는 유지되지만 호수는 더욱 오염됩니다.

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장 사장이 잘못한 걸까요?

공장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책임일까요?

그 정치인들을 선출한 주민들도 책임이 있을까요?

AI에 물어보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해결책이 가장 바람직할까요?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요?

이 문제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놓고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맞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능력입니다.

기업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 AI가 똑똑해질수록 사람에게 더 중요해지는 능력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놀라울 때가 많습니다.

데이터 분석도 해주고, 프로그램도 만들어주고, 보고서도 작성해 줍니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일들이 이제는 몇 분, 때로는 몇 초 만에 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문가에게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단순히 더 많은 기술과 도구를 알고 있는 능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AI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이상징후를 찾아내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도 제안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중 어떤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해결하려는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의 몫입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답을 내놓더라도, 애초에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풀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AI 시대에는 답을 잘하는 사람보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의 가치가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무리하며. 도구는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저는 머스크의 교육방식이 모든 교육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일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도구를 배우는 일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새로운 AI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배운 AI 도구보다 더 뛰어난 도구가 내일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데만 바쁘다면, 정작 중요한 문제는 언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도구는 문제를 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드라이버가 필요하고, 렌치가 필요하고, 이제는 AI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AI 교육을 이야기할 때도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비슷한 질문 같지만, 출발점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앞으로 AI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AI로 진짜 성과를 만드는 사람을 구분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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